이티폰과 함께 한지 어느덧 3개월째..
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해서 사는 동안 한번도 영어의 필요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던
저에게 한통의 전화가 자극이 되었습니다. 입사 후 얼마되지 않아 사무실로 온 전화 한통
특별할 것 없이 받았던 수화기 저쪽에서 들려온 소리는 "Hello~ Blah blah blah"순간 얼어버린
내 머리 속은 하얗게 변해 버렸습니다. 정말 간단한 말 한마디도 꺼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. 겨
우겨우 Excuse me를 남발하면서 담당자에게 연결시켜 준 후 남는 건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
뿐이었습니다. 거의 15년을 넘게 영어를 공부했는데, 정작 외국인 앞에서는 말 한마디 못하는
벙어리가 되는 제 모습이 한심해 보였습니다.
그리고 그날 인터넷을 통해 찾아낸 이티폰. 전화 영어라는 생소한 방식의 수업에 과연 효과가
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, 학원을 갈 시간을 따로 마련하기 힘든 직장인이기에 비교적 자
유롭게 수업을 할 수 있는 이티폰에 등록을 하게 되었습니다. 그날 저녁 이뤄진 레벨테스트. 낮
에는 무방비 상태에서 걸려온 전화였고, 레벨테스트는 좀 다를 수 있겠지 하는 기대는 처참히 깨
졌습니다. 머리 속에서 문장을 만드는 동안 할 수 있는 말은 음~ 음~ 뿐이고, 그렇게 만들어진
문장도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못 실릴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. 테스트를 담당하신 강사분의 친
절한 리드에도 불구하고 정말 10년 같은 10분이었습니다. 레벨 테스트 후 또다시 자괴감에 빠진
저는 이대로 영어를 포기하고 살아야 하나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.
하지만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잘라야 한다고, 설마 말 안 통한다고 무안이야 주겠냐는
생각에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. 정말 처음 수업을 시작할 때는 외국인 강사의 말이 하나도 안
들리더군요. 내가 아는 단어임에도 생소한 발음, 생소한 악센트. 정말 첫 일주일은 내가 왜 돈
내가면서 이 답답한 짓을 해야 하나 생각 했습니다. 그래도 친절한 강사분의 도움으로 하루 이틀
수업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 말을 알아 듣는 수준이 되고, 간단한 문장부터 만들어 낼 수 있게 되
었습니다. 그러길 이제 석달이 지났고, 회사 일이다 뭐다 중간 중간 빠진 날도 많았지만 3개월
전과 비교했을 때 훨씬 자유롭게 영어를 듣고 말할 수 있는 저를 볼 수 있었습니다. 비록 아직은
많이 부족한 상태지만, 이 3개월은 가능성을 보여준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. 언젠가 외국인들과
대화하는 것을 무서워 하지 않게 될 그날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. 앞으로 가야할 길이
더 많이 남았지만 이티폰의 수업과 저의 노력이 합해지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.
